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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하일 루트] 노멀 엔딩

졍님졍님 2019. 3. 12. 04:03

하일 씨와 도착한 곳은 내 방이었다.

 

하일: 피곤하죠?

제르니움: 조금요.

하일: 오래 쉬게 해주고 싶은데, 두 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없네요.

 

하일 씨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.

 

제르니움: 괜찮아요.

 

나는 하일 씨를 안심시켜주기 위해, 일부러 밝은 척 말했다.

하지만 피곤한 것도 사실이라, 우선 침대 위에 편한 자세로 겉터 앉았다.

 

제르니움: 식을 세 번이나 한다니. 마계의 결혼식은 특이하네요.

하일: 하하, 행사가 별로 없는 동네라- 놀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오래 즐기려고 해요.

제르니움: 그렇구나.

 

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.

 

제르니움: (... 벌써부터 피곤하다.)

 

이제 막 첫 번째 식을 끝냈을 뿐인데도 온몸이 녹초가 되어있었다.

 

제르니움: 나, 잠깐 누워도 돼요?

하일: 네.

 

나는 쓰러지듯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.

 

제르니움: (어차피 식마다 드레스도 바뀌니까 구겨져도 상관없겠지.)

 

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, 좀 더 편한 자세로 몸을 움직였다.

가만히 누워있자,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 했다.

 

제르니움: 있잖아요, 하일 씨.

하일: 네?

 

침대 근처에 목석처럼 서있는 하일 씨의 얼굴에도 언뜻 피곤이 비춰졌다.

 

제르니움: 피곤하죠?

하일: 음... 솔직히 조금요.

 

나는 내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살짝 쳤다.

 

하일: ...?

제르니움: 이리와요.

하일: ... 네?

 

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진 하일 씨가 다시 물었다.

 

제르니움: 이리와요.

제르니움: 우리 삼십분만 자요.

제르니움: 하일 씨도 피곤하잖아요.

하일: ... 아...

 

하일 씨는 갑자기 알겠다는 듯한 소릴 냈다.

 

제르니움: 왜요?

하일: 아뇨.

하일: 그게- 제르니움님은 뭐라고 해야할지...

하일: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순진하다고 해야하나, 순수하다고 해야하나,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고 해야하나-

제르니움: ...?

하일: 그러니까 보통 이렇게 둘만 있을 때 그런-...

제르니움: ...? 왜요? 자면 안 되나?

하일: 아니,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-

 

하일 씨는 당황한 듯 허둥거리기 시작했다.

 

제르니움: ... 하일 씨?

하일: ... 아, 아니에요.

 

얼굴이 빨개진 하일 씨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.

그리곤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.

 

하일: 전 괜찮아요. 피곤하시면 조금 주무세요.

제르니움: 으응, 하일 씨는요?

하일: 전 진짜 괜찮아요.

 

하일 씨가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.

부드러운 손길에 차츰 눈이 감겼다.

 

하일: 두 번째 식은 첫 번째처럼 짧게 안 끝나요.

제르니움: 아... 더... 피곤... 하겠다...

하일: 네.

하일: 머리도, 화장도 전부 새로 해야하고 드레스도 갈아입어야하고-

하일: 그냥 새로운 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.

제르니움: ... 아... 귀찮은... 데...

 

깜빡이던 눈이 천천히 감겨오기 시작했다.

 

하일: 잘자요.

제르니움: ... 응...

 

까무룩하게 잠이 와서,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.

얼마나 잤을까.

 

제르니움: (... 간지러...)

 

누군가 얼굴을 쓰다듬는 감각에, 정신이 들었다.

 

제르니움: (하일 씨인가...)

 

막 눈을 뜨려던 참에-

 

하일: ... 귀여워.

 

하일 씨의 중얼거림이 귀에 들렸다.

 

하일: 아-

하일: ... 진짜 예쁘네.

 

하일 씨는 혼자 중얼거리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.

 

제르니움: (... 조...)

제르니움: (... 조금 쯤은 더 자는 척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.)

 

나는 계획을 수정해, 더 자는 척 하기로 했다.

 

하일: 흐응~♪

 

하일 씨는 조용히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.

 

제르니움: (으, 귀여워.)

 

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꾹 참았다.

하일 씨는 살짝 내 오른손을 끌어당겼다.

 

하일: 예쁘네, 손가락도.

 

그리고는 손톱이며 손가락 마디를 살짝살짝 건드리기 시작했다.

 

하일: 하하, 얇아서 부서질 거 같아.

 

사랑스럽다는 듯이 웃는 목소리에 가슴이 떨려왔다.

 

제르니움: (...!!!)

 

그리고는 내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.

쪽, 쪽하고 가볍게 입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.

 

제르니움: (아, 이제 정말...)

 

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, 자는 척 한 걸 들킬 것 같았다.

 

제르니움: 으, 으응...

 

나는 뒤척이는 척 몸을 돌렸다.

 

하일: 응, 미안해요.

 

아이를 어루는 듯한 목소리로 하일 씨가 뒤척이는 나를 달랬다.

 

하일: 자요.

 

하일 씨는 내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었다.

 

제르니움: (아, 이, 이건 진짜...)

제르니움: (위, 위험하잖아...!)

하일: 아, 자는 것도 예쁘다.

제르니움: (어, 어쩌지...)

 

잠든 척 한지도 몇 분 째,

내가 잠들었다고 굳게 믿는 하일 씨 때문에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.

 

하일: ♬

 

콧노래를 부르며 이마에 입을 맞추는 하일 씨 때문에-

 

제르니움: (사실은 깨어있었습니다!... 라고 할 수가 없잖아...)

하일: 아-

 

갑자기 하일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.

 

제르니움: (... 뭐, 뭐지?)

 

뜬금없는 한숨에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.

 

제르니움: (왜, 왜 그러지?)

제르니움: (나 뭔가 이상한가?)

제르니움: (아니, 방금까진 좋다고 콧노래까지 부르던 사람이...)

하일: ...

하일: ... 너무 좋아.

 

하일 씨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끌어안았다.

 

제르니움: ...!!!

 

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안겨져, 당황한 몸이 크게 움찔했다.

 

하일: ... 제르니움님?

제르니움: ... 으, 으응...

 

나는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눈을 비볐다.

 

제르니움: 하일 씨?

하일: 일어났어요?

제르니움: ... 으... 응...

제르니움: (다, 다행이다. 눈치 못 챘어.)

하일: 아직 시간 더 있어요. 좀 더 자도 괜찮아요.

제르니움: 아니, 이제 괜찮아요. 일어날래.

 

내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하일 씨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아당겼다.

 

제르니움: ...?

하일: 조금 더 이러고 있어요.

제르니움: ...

 

약간 부끄러운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.

가만히 누워 하일 씨를 바라보자,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.

 

제르니움: 으으...

하일: 왜 그래요?

제르니움: 심장이 뭔가 막 간질간질해요.

하일: 하하, 귀여워.

 

하일 씨가 부드럽게 내 볼을 쓰다듬었다.

 

하일: 제르니움님.

제르니움: 네?

하일: 자는 거 되게 귀여운 거 알아요?

제르니움: ... 몰라요.

 

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서, 나는 하일 씨의 품을 파고 들었다.

 

하일: 너무 귀여워서- 되게 행복했어요.

제르니움: ...?

하일: 앞으로 매일 보겠구나, 싶어서요.

 

그렇게 말하곤, 하일 씨가 내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.

 

제르니움: ...

제르니움: (아... 마음이 너무... 간지러워...)

 

나는 좀 더, 힘을 주어 하일 씨를 끌어안았다.

 

하일: 제르니움님.

제르니움: 네.

하일: 저 봐줘요.

제르니움: ...

 

하일 씨 품을 파고 들었던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었다.

 

하일: 사실은 아까부터 계속-

제르니움: ...?

 

하일 씨가 살짝 몸을 틀어 나를 덮어왔다.

 

하일: 이러고 싶었어요.

제르니움: 아.

 

입술이 짧게 닿았다 떨어졌다.

 

하일: 사랑해요.

 

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모습에 어쩐지 약간 눈물이 날 듯한 기분이 들었다.

 

제르니움: 나도, 나도요.

 

웃고 있는 하일 씨의 입꼬리에 이번에는 내가 먼저-

사랑한다고-

계속 될 것 같은 예감에 입을 맞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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