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일: 네?
내 고백에 하일 씨는 놀란 눈을 했다.
제르니움: 좋아해요.
제르니움: 정말, 정말 좋아해요.
떨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분명한 발음으로 내 마음을 전했다.
하일: 그, 그런...
하일: 저, 저를요...?
하일 씨는 말도 안된다는 듯, 말을 떨었다.
제르니움: 응. 하일 씨를 좋아해요.
제르니움: 정말 상냥하고, 뭐든지 열심히 하는 그런 하일 씨를 좋아해요.
제르니움: 하일 씨는 자기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만, 다 명령 때문에 한 거라고 말하지만
제르니움: 난 알고 있어요. 하일 씨가-
제르니움: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.
내 고백에 하일 씨는 잠시 얼 빠진 사람처럼 서있었다.
하일: 저는...
제르니움: ...
하일: ... 저는 제르니움님이 좋아할만한 사람이 못됩니다.
마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.
쿵, 하고 발끝이 무너져내리고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.
제르니움: 그건-
제르니움: 거절인가요...?
나는 조심스레 하일 씨의 눈치를 살폈다.
하일 씨는 놀람과 당혹이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.
제르니움: 제가- 싫은 거예요?
하일: 그런 게 아니에요.
하일: ... 전 정말 당신이 좋아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.
그 말엔 진심으로 화가 났다.
제르니움: 하일 씨.
하일: 네.
제르니움: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.
제르니움: 실수해도 괜찮아요.
제르니움: 하지만-
하일: ... 하지만?
제르니움: 당신 자신을 싫어하지 말아요.
한마디, 한마디에 진심을 담아 말했다.
하일: ...
제르니움: 모두가 자기 자신이 완벽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.
제르니움: 그러니까 하일 씨-, 스스로를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말아요.
제르니움: 하일 씨가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면, 도대체 누가 하일 씨를 사랑해주겠어요?
하일 씨는 침울히 고개를 숙였다.
하일: 그게 잘 안돼요.
제르니움: ... 왜요?
하일: 잘하는 게 없으니까요.
하일: 마왕은 강해야해요. 완벽해야하고요. 근데 전 강하지도, 완벽하지도 않아요.
하일: 스스로 생각하는 법도 몰라서 명령이 아니면 행동할 줄도 몰라요.
하일: 이런 절 제가 어떻게... 좋아할 수 있겠어요.
제르니움: ...
나는 다시 손을 뻗어 하일 씨를 안아주었다.
제르니움: 내가 좋아할 수 있게 도와줄게요.
제르니움: 하일 씨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강해요.
제르니움: 혼자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이기도 해요.
제르니움: 내가 다 알려줄 수 있어요.
제르니움: 그러니까...
제르니움: 자기 자신을 싫어하지 말아요.
하일: ...
하일 씨가 천천히 손을 들어 나를 안아주었다.
제르니움: (... 따뜻하다.)
나보다 훌쩍 큰 키의 하일 씨에게 완전히 파묻혀서-
코 끝으로 전해지는 편안한 냄새를 맡는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-
제르니움: (... 좋다.)
하일 씨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주며, 좀 더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.
따뜻하고 기분 좋아서, 이대로 영원히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-
하일: 제르니움님.
진지한 목소리로 하일 씨가 내 이름을 불렀다.
제르니움: 네, 네?
하일: 숙여요.
제르니움: ...!?!
하일 씨가 갑자기 나를 안았던 팔을 풀러, 내 어깨를 잡고 그대로 밑으로 내리눌렀다.
갑작스러운 압박에 놀란 것도 잠시, 머리 위로 바람을 찢는 듯한 소리가 났다.
제르니움: 이, 이게 무슨-
하일: 쉿.
제르니움: ...!
하일 씨의 큰 손이 내 입을 덮어왔다.
제르니움: (수, 숨막혀...)
하일 씨는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내 입을 막았던 손을 천천히 떼었다.
제르니움: 푸하.
막혔던 숨을 한번에 내뱉자 그제서야 조금 살 것 같았다.
제르니움: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에요?
하일: 한번 더-.
제르니움: 읏!
하일 씨는 이번엔 머리를 잡아 내리눌렀다.
나는 공처럼 몸을 구부리고 숨을 수 밖에 없었다.
제르니움: 무슨...
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방금 내가 있던 자리를 스쳐지나갔다.
쾅, 하고 작은 폭발음이 등 뒤에서 들렸다.
제르니움: ...?! 뭐, 뭐야?
하일: 쉿. 가만히 계세요.
하일 씨는 내 어깨 위의 숄을 다시 둘러주고, 자리에서 일어났다.
나는 고개를 돌려, 아까 난 파열음의 정체를 확인했다.
거기에는...
제르니움: 세, 세상에...
내 몸통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나무의 중앙이 뻥 뚫려있었다.
제르니움: 이, 이게 무슨...
만일 하일 씨가 나를 숨겨주지 않았더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맞은 것은 나무가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었다.
제르니움: (... 저 높인 내 머리가 있던 높인데...)
온몸을 휘감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.
하일: 어떤 녀석이지?
하일 씨는 처음 듣는 목소리로 말했다.
낮고, 진지한-, 분노의 목소리였다.
침입자A: 마왕성도 많이 낡았네. 침입자를 허용하고 말이야.
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왔다.
침입자B: 인간을 허용해서 이렇게 된 거야.
제르니움: (... 나?)
침입자B: 전설의 용사니 뭐니, 뭐든간에 어쨌든 인간이잖아?
침임자B: 그런데- 인간을 성 안에 들이다니.
침입자A: 하하하, 마신도 노망이 났나봐.
침임자B: 하하하하하, 그러게, 하핫!
기분 나쁜 웃음 소리가 서로 엉켜, 정원을 가득 채웠다.
침입자A: -그러니까, 인간을 넘겨.
침입자A: 하등한 인간은 인간끼리, 우월한 마족은 마족끼리, 기본이잖아, 이런 건?
제르니움: (... 나다.)
제르니움: (지금 날 공격하고 있어...)
발 끝까지 딱딱하게 굳어왔다.
하일: 너희들이 무슨 소릴 하고 싶은지는 알겠다.
하일: 하지만-.
하일 씨가 손을 휘젓자 쨍- 하는 소리가 났다.
하일: 지금까지, 그리고 앞으로도 성 안에 들어온 침입자를 살려보낸 역사는 없다.
침임자B: 쳇!!
나무 위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.
제르니움: (두 명, 아니 셋..., 아니.)
제르니움: (... 다섯.)
다섯 혹은 그 이상의 그림자가 까마득히 높은 나뭇가지 위에 숨어 우릴 내려다 보고 있었다.
침입자A: 이런 식으로 굴면 우리도 차기 마왕님을 그냥 놔둘 수 없다고.
침입자B: 우린 인간만 척살하면 돼. 그러니까 인간을 내놔.
하일: ... 하.
하일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.
침입자B: 뭐야, 지금 무시하는 거야?
침입자A: 어차피 인간과 섞이려 했던 놈이야. 그냥 죽여버려!
파팟,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눈 앞에 불덩이가 날아오기 시작했다.
하일: 한심하군.
하일 씨가 가볍게 손짓하자 불덩이들은 모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.
제르니움: ...!!!
제르니움: 이게 무슨...!
하일: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마왕성에 잠입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군.
그 때, 하일 씨의 오른쪽 뒤편으로 날카로운 소릴 내며 무엇인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.
그건- 화살이었다.
제르니움: 하일 씨!
하일 씨가 오른쪽 손을 들자 화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.
하일: 한심하다고 했을 텐데.
침입자A: 으읏...!!
반역자 무리들은 당황한 듯 보였다.
침입자B: 그럼 이건 어때?!
제르니움: 우왓!!
나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뒷덜미를 잡혀 그대로 허공으로 끌려갔다.
하일: ...!!!
침입자B: 인질을 보호해본 경험은 별로 없나봐?
나를 붙잡은 녀석은 기분 나쁜 목소리로 낄낄거리기 시작했다.
침입자B: 아, 너 말이야. 전설의 용사랬지?
두려움에 말문이 막혔다.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떨리고 있었다.
침입자B: 그러면-
녀석은 주머니에서 날이 선 칼을 꺼내들었다.
침입자B: 목숨은 몇 개려나.
목의 살갗이 옅게 그어지는 느낌이 났다.
이어 베인 곳이 뜨겁게 타오르고, 끈끈하고 축축한 액체가 목과 어깨죽지를 타고 흘렀다.
침입자B: 장난은 이제 그만 해볼까?
녀석이 칼을 고쳐쥐고 팔을 크게 올린 순간,
하일: 그래, 그만하는 게 좋겠어.
침입자B: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!!!! 으악!!!!!
제르니움: ...!?!
나를 붙잡고 있는 녀석의 오른팔에 생생한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.
녀석은 미친 듯이, 괴로움에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다 나를 놓치고 말았다.
제르니움: 으앗...!!!
아래로 곤두박질 치며, 눈을 꽉 감았다.
제르니움: (... 주, 죽고 싶지 않아...!!)
이대로 떨어지면 목이 부러져 죽을 것이 뻔했다.
제르니움: 시, 싫어...!!!!
공포감이 온몸을 죄여왔다.
제르니움: 하일!!!!
제르니움: ...!!!
제르니움: ...
제르니움: ... 머, 멈췄어?
딱딱한 땅에 그대로 처박힐 거란 나의 생각과 달리, 지면에 부딪히기 직전 몸이 허공에서 멈췄다.
하일: 괜찮으세요?
저쪽에서 하일 씨가 급하게 달려와, 허공에 멈춘 나를 일으켜 세웠다.
하일: ... 후...
그리고 생채기가 난 부분을 가볍게 손으로 감싸쥐었다.
침입자B: 으아아아아아, 으아아아!!!
침입자A: 젠장!! 모두 공격해!!!
하일 씨 품으로 넘어지듯 미끄러진 것도 잠시, 하일 씨의 등뒤로 무수히 많은 화염구가 날아들어왔다.
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.
하일: -소용없는 일이라고 했을 텐데.
폭음과 폭염이 우리를 뒤덮을 거란 생각과는 다르게, 공기는 아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평화로웠다.
나는 살짝 눈을 떴다.
하일: 이만 정리하지.
하일 씨가 손가락을 튕겼다.
그러자 상공의 나뭇가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녀석들이 전부 공중으로 튀어올랐다.
침입자A: 윽!?!! 어, 어떻게!!!
침입자C: 마, 말도 안 돼!!!
당황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.
녀석들은 마치 밧줄에 묶인 것처럼 팔을 몸통에 딱 붙인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.
하일: 묻는다. 마왕성엔 어떻게 침입했지?
침입자A: 젠장!!!
하일: 방금 질문에 대답해.
하일 씨가 다시 가볍게 손짓하자 아까까지 비명을 지르던 놈의 반대쪽 팔에 다시 불꽃이 일었다.
침입자A: 으아아아아악!!!! 아악!!!! 그, 그만!!! 으아아아!!!!
하일: 질문에 대답해. 마왕성엔 어떻게 침입했지?
귀청을 찢을듯한 비명 소리와 지나치게 냉철한 하일 씨와 밤 바람에 굳어가는 목덜미의 핏줄기가-
어느 하나 빠짐없이 두려워,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하일 씨를 붙잡았다.
제르니움: 그만, 그만해요...
하일: ...
하일 씨가 다시 손짓하자 녀석의 팔에 붙은 불이 꺼졌다.
침입자A: 으으, 으어어, 으어...!
하일: 다시 묻는다. 마왕성엔 어떻게 침입했지?
침입자A: ...
하일 씨가 다시 손을 올렸다.
침입자A: 마, 말할게!!! 말한다고!!!
하일: 좋아.
하일 씨가 손짓하자, 녀석들은 우리의 눈높이까지 내려왔다.
침입자A: ...
하일: 말해봐.
침입자A: ...
하일: 안되겠군.
하일 씨가 다시 오른손을 들었다.
침입자A: 말해! 말한다고!!
하일: 시간 끌 생각하지 마.
침입자A: 반 인간주의 모임인 카르고에서 모였어...
침입자A: 마왕성에 침입하는 덴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하니까, 카르고의 대다수 마족의 마력을 모아서 잠입했다...
하일: 너희 말고 더 침입한 자는?
침입자A: 없다.
하일: 흐음.
하일 씨가 가볍게 손짓하자, 이번에는 녀석의 팔이 무서운 소릴 내며 뒤로 꺾였다.
침입자A: 으아악!!!!!
하일: 정말인가?
침입자A: 저, 정말이야...!!! 없어!!! 우리 다섯을 집어넣는 것도 벅차했다고...!!!
하일: 카르고의 본진은 어디지?
침입자A: ...
하일: 말을 안 한다면-
하일 씨가 다시 손을 들었다.
하일: 아.
손짓을 하기 전, 하일 씨가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.
하일: 제르니움님.
제르니움: 네, 네...
나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가까스로 하일 씨를 바라보았다.
하일: 죄송해요.
제르니움: 네?
하일 씨는 별말 없이 나를 한번 안아주었다.
떨리던 몸이 서서히 진정될 무렵, 부드럽게 몸을 뗀 하일 씨가 흘러내린 숄을 정리해주었다.
하일: 먼저 들어가 계세요.
제르니움: 싫어, 같이 가요.
내 말에 하일 씨가 약하게 웃었다.
하일: 괜찮아요.
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.
하일 씨는 품에서 보석을 하나 꺼내들어 내 손에 쥐어주곤, 무어라 중얼거렸다.
애처롭게 웃는 하일 씨의 모습이 멀어졌다.
방에 들어온 나는 제일 먼저 거울부터 찾았다.
제르니움: 아...
목에 난 베인 상처에서 흐른 피는 검붉은 색으로 굳은 상태였다.
근처에 있는 손수건으로 엉긴 피를 닦아냈다.
제르니움: (하일 씨 마법 덕에 상처는 없네.)
제르니움: ... 하아...
한숨을 내쉬자 온몸의 기운이 빠져,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.
아까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.
제르니움: 우, 우으...
무섭고 또 무서웠다. 칼 끝이 목을 스치던 느낌이 아직까지 생생했다.
제르니움: (날... 죽이려고 했어...)
만약에 처음부터 겁을 주려던 게 아니라 바로 죽이려고 했더라면-, 스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.
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했지만, 눈물이 계속 나와 참을 수 없었다.
하일: ... 이럴 줄 알았어요.
제르니움: ... 하, 하일?
고개를 들자 언제 들어왔는지 하일 씨가 서있었다.
하일: 무서웠죠?
제르니움: 나, 나는...
눈물에 목이 막혀,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.
하일 씨가 내게 다가오는 게, 시야가 흐려진 와중에도 똑똑히 보였다.
제르니움: 나, 진짜-, 죽, 죽는 줄 알고...
하일 씨는 우는 나를 안아주었다.
하일: 괜찮아요. 이제 괜찮아.
제르니움: 흑, 무서, 무서워서-
하일: 다 괜찮아요.
머리칼이며 등을 쓰다듬어주는 손바닥의 온기에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.
하일: 전부 괜찮아요. 응, 미안해요. 내가 다 미안해요-.
제르니움: ... 하일 씨, 나...
하일: 응, 괜찮아요.
하일 씨는 내가 진정될 때까지 한참동안 나를 안아주었다.
하일: 이제 좀 괜찮아요?
제르니움: 응...
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.
하일: 얼굴이 엉망이네요.
하일 씨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로 엉망이 된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.
하일: 코라도 풀래요?
제르니움: 뭐야, 진짜!
이런 상황에 장난스러운 말을 하는 하일 씨가 얄밉기도 했지만, 긴장이 풀려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.
하일: 웃는 게 훨씬 예뻐요.
제르니움: ... 몰라요.
나는 그대로 하일 씨를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.
하일: 스킨십이 굉장히 편해지셨네요.
하일 씨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.
제르니움: 몰라요, 난 아까 고백했어요.
제르니움: 좋아하니까 계속 이럴 거예요.
나는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더욱더 하일 씨의 품을 파고들었다.
제르니움: 어차피 거절해도 결혼은 나랑 해야할걸요.
하일: ...
하일 씨는 아무 말 없이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.
제르니움: (... 이건 거절의 뜻인 걸까...)
마음이 내려앉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.
제르니움: 아, 아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요?
나는 고개를 들어, 하일 씨를 바라보며 물었다.
하일: 으음.
하일 씨는 곤란한 질문을 받은 사람처럼 대답을 피했다.
하일: 이제 다시 마왕성에 누군가 침입할 일은 없을 거예요.
제르니움: ... 정말요?
하일: 네.
하일 씨는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지만, 그게 어떤 의민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.
순간, 오한이 들었다.
제르니움: 하일 씨.
하일: 네?
제르니움: ... 무서운 사람이 되지 말아요.
나는 다시 하일 씨를 끌어안았다.
하일: ... 응. 좋은 사람이 될게요.
제르니움: 응, 좋아요. 그 정도 대답이면 만족해요.
하일 씨를 끌어안은 손 끝에 힘을 주었다.
제르니움: 하일 씨.
하일: 네?
제르니움: 고마워요.
하일: 뭐가요?
제르니움: 나, 구해줘서요.
하일: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.
제르니움: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예요.
하일: 저도 고마워요.
제르니움: 뭐가요?
하일 씨는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.
하일: 나를 원망하지 않아서요.
아주 무거운 목소리였다.
제르니움: 내가 하일 씨를 왜 원망해요.
하일: 그야, 제가 조금 더 보안에 신경썼더라면 이런 일 자체가 안 일어났을 테니까요.
하일 씨는 정말 모든 게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.
제르니움: 으응, 그건 하일 씨 잘못이 아니죠.
제르니움: 저 사람들이 나쁜 거지.
하일 씨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, 결국 웃어버렸다.
하일: 당신은 정말-,
제르니움: ...?
하일: 상냥하다고 해야할지, 착하다고 해야할지-.
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천천히 얼굴의 선을 훑고 턱 끝에서 멈추었다.
하일: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했었던 말, 기억해요?
제르니움: 네.
하일: 사실은 처음부터예요. 그치만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서 걱정이 된 게 사실이에요.
하일: 아주, 아주 많이.
제르니움: ... 왜요.
하일: 말했잖아요, 항상.
하일: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요. 당신처럼 착하고, 상냥하고-,
하일: 곁에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.
제르니움: 아니라니까요.
하일: 사실은 그래서 괜히 명령 때문에 친절하게 대한 거라고 한 거예요.
제르니움: 뭐어어?!!!
나도 모르게 하일 씨를 밀치고 말았다.
'백업 > 마왕신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하일 루트] 파트 10 (0) | 2019.03.12 |
---|---|
[하일 루트] 파트 9 (0) | 2019.03.12 |
[하일 루트] 파트 7 (0) | 2019.03.12 |
[하일 루트] 파트 6 (0) | 2019.03.12 |
[하일 루트] 파트 5 (0) | 2019.03.12 |